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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프로젝트




#옛물건

 

수안보 온천에서 만난 허건행 선생님의 해시태그 #옛물건

 

요즘 나오는 노래는 뮤비도 참 화려하고 박자도 신이 난다. 하지만 옛날 노래는 뮤비도 없을 뿐더러 멜로디가 단조롭게 흘러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옛날 노래를 많이 듣는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훅이 없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오히려 감정이 더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가령 이문세의 '옛사랑'의 첫 구절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라는 구절을 듣다보면 가사 뿐만 아니라 낮게 시작하는 멜로디가 마음을 울린다.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이런 노래를 찾게 되는 이유가 시간이 아무리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층 빌딩 옆 옛날 방식의 건물들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다.

 

중국 사천지방의 큰 도시 청두에 갔을 때 참 좋은 인상을 받았다. 청두는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한 도시지만 그 안에 옛 것을 지키려는 태도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 처럼 서로 대립되는 존재여도 같이 존재할 수 있는 고층 빌딩과 옛 방식의 건물들이 조화롭게 잘 어울렸다. 또한 옛 방식의 건물에는 아주 고가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었는데 모순적이면서도 아주 멋있어보였다. 서울의 종각도 멋진 도시라고 생각한다. 여러 문화재가 고층빌딩과 멋드러지게 어우러져있다. 탑골공원은 종각에서 종로3가로 내려가는 큰길에 위치해있어 아주 접근성이 좋다. 멋진 탑을 바라보며 잠시 쉬다보면 산들산들 나무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카페에서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보다 시원하게 느껴지며 마음이 풀어진다.

 

이처럼 옛 것이라는 것은 못쓰는 것이 아니라 추구할 때는 추구해야하고 발전해야 할 때는 가치를 지키며 발전해야 하는 것이다.

 

#옛물건이라는 해시태그는 수안보온천의 허건행 선생님께서 주셨다. 재밌게도 수안보 온천 역시 많이 발전한 도시가 아니었다. 좀 더 옛 것을 느낄 수 있는 도시였다. 수안보 온천은 삼국시대 이래 남북의 연결통로에 위치하여 많은 행인이 쉬다간 도시였다고 한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는 사람들이 추풍령은 추풍낙엽과 같이 과거가 떨어질까봐 무섭고 죽령은 썰매를 탄 것과 같이 과거에 미끄러질까봐 항상 수안보온천에서 한양으로 가는 조령 길을 다녔다고 한다. 이 조령을 자전거를 타고 넘어가면서 옛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화령을 한번 넘고, 괴산의 여러 고개를 넘어보면서 수안보 온천의 고개를 무시했었는데 은근 많아서 깜짝 놀랬던 것 같다. 조그맣게 여러 고개가 있어서 도대체 언제 도착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걸어가는 선비들의 '언제가냐...'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허건행 선생님께서는 '옛물건'을 자신의 해시태그라고 말씀하시면서 시공을 넘나드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하셨다. 옛 것을 지키기 위해 시민운동도 많이 하시고 이러한 시민운동이라는 성장통을 통해 그리스도적인 해방을 얻고 싶다고 하셨다. 또 재밌게도 술도 소주나 맥주, 양주가 아닌 전통 술 막걸리만 드셨다. 수안보온천에서는 월악산 막걸리를 많이 팔았다. 오래 자전거 여행을 하여 술 먹을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선생님께서 월악산 막걸리를 먹으며 기운을 받아야 한다고 감사하게도 권하셨다. 서울에 살아 장수막걸리만 많이 먹던 내게 월악산 막걸리는 걸쭉하고 달달한 것이 참 맛있었다. 목포에서 먹었던 우유맛이 나던 막걸리와는 또 다른 신선함이 느껴졌다.

 

허건행 선생님은 괴산에서 뵌 유승준 선생님께서 소개시켜주셨다. 사람마다 인맥이라는 거미줄이 있는데 자전거 여행을 하는 내가 그 거미줄에 녹아들어 연결된 곳으로 타고 내려가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았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 할 수록 나는 한없이 작아져서 점이 되고 여러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 녹아드는 느낌이었다.

 

수안보 온천에서는 월악산 막걸리에 녹아들어 허건행 선생님과 같이 하나의 막걸리가 되었다. 월악산 막걸리는 한병이 좀 컸다. 원래의 막걸리병의 두병정도 되는 것 같았다. 빈대떡집에서 선생님과 사발을 들이키며 정말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나눈 것 같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복식호흡을 하고 계셨는데 내게도 권하면서 복식호흡을 하면 조금이라도 오래 살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막걸리를 더 마실 수 있다면서 우스갯소리를 하셨다. 근데 정말 복식호흡을 하면 술을 먹을 때 조금 더 진정이 되고 취하지 않는 것 같다.

 

수안보 온천은 온천동네라서 그런지 아담하고 따뜻한 도시였다. 물론 몸을 따뜻하게 적셔준 월악산 막걸리 덕분일지도 모르겠지만 옛 것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한양으로 올라가는 선비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웹프로그래밍을 배우고 그것이 꿈인 내게 항상 최신의 것을 배우는 것이 좋지만 옛날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중요한 옛 가치들을 받아들이고 간직하기 위해서 종각이나 청두와 같이 최신과 전통이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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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7.12 09:45

    비밀댓글입니다

  2. 2017.07.19 10:34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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